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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채워 연명 '좀비 요양병원' 퇴출

  • 김희범 기자
  • 입력 2026.07.0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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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32년 만에 구조조정 착수 국내 병상 수 OECD 평균의 9배
  • 의료 중심 500곳 지원 확대하고 나머지 800곳은 삭감 방안 추진

 정부가 요양 병원에 대한 첫 대규모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환자 치료 능력이 없는 부실 병원을 퇴출시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보다 약 9배나 많은 요양 병원(병상 수 기준)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중환자 치료 역량을 갖춘 ‘의료 중심 요양 병원’ 500곳의 수가(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는 올리고, 치료 역량이 낮은 ‘생활형 요양 병원’ 약 800곳의 수가는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요양 병원은 수가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가가 내려가는 병원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든 구조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요양 병원 설립을 허용한 1994년 이후 32년 만에 대규모 구조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화면 캡처 2026-07-04 140700.jpg

 

 정부가 추진하는 방안의 핵심은 요양 병원의 기능에 따라 수가를 달리 하는 ‘차등 수가제’다. 현재는 약 1300곳에 달하는 전국 요양 병원이 환자 상태 등에 따라 1명당 하루 5만~8만원 동일한 정액 수가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정부의 간병비 급여화 사업에 선정되는 요양 병원 500곳에 대해선 지금보다 수가를 더 올려주겠다는 것이다. 수가가 인상되는 이 500곳은 중증 요양 환자(최고도·고도)를 치료할 능력을 갖춘 의료 중심의 요양 병원이다.

 반면 여기에 속하지 못한 나머지 요양 병원 약 800곳의 수가는 깎을 방침이다. ‘간병비 0원’을 내세워 입원 환자들을 확보한 뒤, 치료를 등한시하고 수가만 최대한으로 받아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 요양 병원’ 상당수가 이 800곳 안에 포함됐다고 정부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실하게 운영되는 요양 병원이 많아 인구 1000명당 우리나라의 요양 병원 병상 수는 5.3개로, OECD 가입국 평균(0.6개)보다도 8.8배 많은 상태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명예교수는 “구조 조정 없는 정부의 간병비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환자 치료 능력이 없는 ‘부실 간병’ 요양 병원은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간병비 0원’ 환자 꼼수 모집도, 의료비 짬짜미도 없앤다

우리나라 요양 병원은 1994년 관련법이 마련되면서 설립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급격한 고령화가 사회 문제로 부상하자, 정부는 설립 조건을 완화했다. 그 결과 재래시장 상가에 요양 병원이 들어서는 등 난립 논란도 생겼다. 정부가 32년 만에 첫 구조 조정에 나서자, 요양 병원 업계에선 “설립을 장려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구조 조정을 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화면 캡처 2026-07-04 141208.jpg

 구조 조정 대상 1순위로 꼽히는 ‘간병비 0원 요양 병원’은 전체 요양 병원의 20% 정도라고 정부는 추정한다. 1300곳 요양 병원 중 260곳 안팎이라는 뜻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치료 능력 없이 환자 유치·입원에 치중하는 병원에 대한 재정 지원은 줄여야 한다”며 “삭감한 건보 재정을 실제 환자를 치료하는 요양 병원 500곳으로 돌리자는 것”이라고 했다.

2024년 기준, 정부가 전체 요양 병원에 지원한 진료비 수가는 4조4739억원. 보건복지부는 이 재정을 현 정부 국정 과제인 간병비 급여화 사업 참여 병원 500곳에 집중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매년 시행하는 요양 병원 적정성 평가(1~5등급)에서 최근 몇 년간 우수한 성적을 받은 1·2등급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 중심 요양 병원 500곳을 꾸릴 계획이다.

 정부 타깃이 된 간병비 0원 요양 병원은 간병비 무료를 앞세워 병상을 꽉 채운다. 환자가 많을수록 수가를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1인당 한 달에 150만~240만원의 정부 수가를 받고, 환자로부터 월 50만~70만원의 병원비(본인 부담금)를 받는다. 간병인을 거의 고용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사실상 방치되는 ‘돌봄 공백’이 자주 생긴다. 욕창·낙상 사고도 빈발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곳을 그대로 두면 전반적인 간병의 질이 떨어지고, 양질의 요양 병원까지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의료 중심 요양 병원 500곳은 정부의 간병비 급여화 지원을 받게 되지만, 환자의 간병비 부담이 0원은 아니다. 이곳 환자는 매달 50만~70만원의 간병비 본인 부담금을 내야 한다. 병원비 본인 부담금까지 합치면 작지 않은 금액이다. 임선영 서안산노인전문병원 이사장은 “의료 중심 요양 병원에 선정되지 못한 800곳 중 상당수가 간병비 덤핑(후려치기) 경쟁을 벌이면서 지금보다 간병비 0원 병원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이 이곳으로 더 몰리면서 500개 의료형 요양 병원이 되레 문을 닫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간병비 0원 병원을 방치하는 건 큰 부담이다. 간병의 질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내년부터 4년간 총 6조5000억원의 건보 재정을 투입하는 간병비 급여화 사업이 되레 간병비 0원 병원을 늘려 간병 질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면역 증강 주사 등 고가의 비급여 진료비를 받고 있는 암 요양 병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전담팀을 꾸려 한 달에 300만~900만원의 비급여 치료를 받게 하고, 이 치료비의 일부를 환자에게 현금으로 주는 불법 페이백(환급) 암 요양 병원을 단속 중이다. 또 암 요양 병원의 주 수입원인 면역 주사의 처치 비용을 환자에게 못 받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복지부는 비급여 비율이 높은 암 요양 병원은 간병비 급여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퇴로도 열어준다. 정부는 의료형 요양 병원으로 지정되지 못한 800곳도 기준을 충족하면 ‘호스피스 요양 병원’이나 ‘임종기 요양 병원’ 등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호스피스 의료는 말기암 등 특정 질환자의 고통을 완화하는 것이고, 임종기 의료는 사망이 임박한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의료 서비스를 뜻한다. 그러나 10년 전부터 시범 운영을 해왔던 호스피스 요양 병원의 경우 시설·인력 기준이 까다로워 치료 기능이 약한 800개 병원이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또 환자 치료 기능이 없는 요양원으로의 전환도 유도할 계획이다.

출처: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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