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량 & 강도 & 점진성 3박자 갖춰야
세계적으로 고혈압은 가장 흔하면서도 위험한 만성질환 가운데 하나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 사이 혈관을 서서히 망가뜨리기 때문에 흔히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방치하면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만성콩팥병 등의 질환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고혈압의 예방과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흔히 고혈압 치료라고 하면 대부분 혈압약부터 떠올린다. 실제로 약물 치료는 고혈압 관리의 핵심 축이다. 하지만 최근 의료계에서는 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혈압 수치를 조절하더라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심혈관질환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혈관 건강을 지키려면 생활 습관 개선, 그중에서도 운동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최근 국내 연구에서는 운동의 '양' 뿐만 아니라 '강도'가 고혈압 환자의 심혈관 사건 예방과 사망률 감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학술지 '임상 고혈압'(Clinical hypertension) 최신호에 따르면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2009∼2012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고혈압 환자 12만4천370명을 평균 9.1년간 추적 관찰했다. 분석 대상은 전체 사망은 물론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이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일주일에 중강도 운동 150∼300분, 또는 고강도 운동 75∼150분을 권고한다. 연구진은 이를 주당 운동량 단위(MET)로 환산해 비교했다. 'MET'는 운동 시간과 유형에 따른 운동 강도를 표시하는 단위다.
연구 결과 전체 고혈압 환자의 절반이 넘는 55.4%는 권장 운동량에 미치지 못했다. 고혈압 환자 상당수가 약물 치료에 의존하면서도 정작 운동량은 부족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고혈압 환자에게 운동이 사망과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여주는 연관성은 뚜렷했다.
이번 연구에서 권장 운동량(주당 500∼1천 MET/분)을 채운 사람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에 견줘 전체 사망 위험은 18%,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27%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운동량이 더 많을수록 이런 효과는 더욱 커졌다. 권장량의 3배 이상 운동한 그룹에서는 전체 사망 위험이 최대 30%까지 감소했다.
이는 운동이 혈압 수치만 낮추는 게 아니라 혈관 기능과 심폐 체력을 함께 개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실제로 규칙적인 운동은 혈관 내피 기능을 회복시키고, 혈관 탄력성을 높이며, 인슐린 저항성과 염증 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여기에 체중 감소 효과까지 더해져 고혈압 환자에게는 사실상 '복합 처방' 역할을 하는 셈이다.
눈길을 끈 건 운동 강도의 차이였다.
연구진은 단순히 운동량만 본 게 아니라 전체 운동 가운데 '격렬한 운동'이 어느 정도인지도 따로 분석했다. 여기서 고강도 운동은 달리기, 에어로빅, 빠른 자전거 타기처럼 숨이 많이 차는 운동을 말한다.
분석 결과 전체 운동 가운데 고강도 운동 비율이 절반 이상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14% 낮았다. 특히 심근경색 위험은 29%, 허혈성 뇌졸중 위험은 16% 더 낮아졌다.
즉 단순히 '움직이는 것'을 넘어, 어느 정도 숨이 찰 만큼의 운동을 병행할 때 심혈관 보호 효과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다만 연구진은 무조건 강도 높은 운동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혈압 환자는 혈관 자체가 약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 갑작스럽고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혈압 환자의 운동 원칙으로 운동 강도와 시간을 몸 상태에 맞춰 서서히 늘려가는 '점진성'을 꼽는다.
연구팀은 "고혈압이 있다면 적절한 수준의 고강도 운동을 포함하는 신체활동 전략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우선 걷기 같은 중강도 운동부터 시작하고, 몸 상태에 따라 가벼운 달리기나 인터벌 운동 등을 서서히 추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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