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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 들어가는 노인 남성들

  • 김희범 기자
  • 입력 2026.07.1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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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세건강, 스스로 식사 해결하며 시작

 서울대학교 의대에 노화연구를 위해 국내 최초로 설립한 체력과학노화연구소장으로 필자가 1995년 발령받았다. 노화의 본질과 제어방안을 학술적으로 밝히고자 부심해왔는데 막상 소장이 되고 보니 미래고령사회 문제의 대응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어느 날 종로2가에서 점심을 먹고 오는 길에 파고다공원을 지나치게 되었다. 수백명의 노인이 벤치에 앉아 있다가 밥차가 오니 줄을 서서 배식을 받았다.

그 상황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노인 모습이 어쩌면 저렇게 초라한가 고심했다. 노인의 삶을 바람직하게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면서 우선 노인을 위한 알맞은 운동프로그램과 적절한 식단에 관심을 기울였다. 운동프로그램으로 우리춤체조를 개발했고, 식단을 짜기 위한 식품영양·의학 전문가를 초빙해 포럼을 열면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캠퍼스 옆의 성공회성당 앞을 지나면서 백여명의 노인이 줄을 서서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게 됐다. 이미 오래전부터 무료급식이 이루어져 왔으나 눈여겨보지 않았다가 그날 처음으로 유심히 바라보니 줄서 있는 노인들이 모두 남성임을 알게 됐다.

왜 남성들만 무료급식에 서 있는가?

연구실로 돌아와 논의하면서 여성들은 젊으나 늙으나 식재료를 주물럭거려 식사를 해결하는데 남성들은 어렸을 적부터 부엌에 들어가지 않아 식사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의외의 사실을 깨닫게 됐다.

어렸을 적엔 어머니, 나이 들어선 아내, 늙어선 며느리나 딸이 해줘야 식사를 해결해온 것이다. 노인의 영양문제에 대한 근원적 논의를 다시 시작했다. 남성노인의 영양문제를 위해선 식사 메뉴보다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남성들이 부엌에 들어가서 직접 조리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나 마찬가지의 시대적 사건이었다. 남자들은 어려서부터 부엌 출입이 금기였고 오로지 여성이 해준 식사를 받아먹도록 자라왔기 때문이었다. 직접 부엌에 들어가라는 소리는 비하하는 욕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고심 끝에 ‘유레카’를 외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남성들은 완장을 채워주면 어떤 상황이든지 나설 것이라는 생리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부엌에 들어가는 남성노인을 ‘골드쿡(Gold Cook)’이란 타이틀을 주기로 했다.

영양학자와 유명 세프가 함께 쉬우면서 맛있게 할 수 있는 조리법을 정리하고 ‘골드쿡 아카데미’를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와 이화여자대학교 글로벌식품영양연구소 주관으로 개최해 65세 이상 남성노인을 상대로 시범교육을 실시했다.

‘후다닥 빠른 요리’ ‘삼척동자도 하는 요리’ ‘함께하고 싶은 맛깔스런 요리’ ‘소중한 님을 위한 요리’ ‘있는 식재료를 활용한 나만을 위한 요리’ ‘손님접대를 위한 풍성한 요리’ ‘손주와 함께하는 할아버지표 사랑요리’ 등의 주제로 식재료 준비부터 조리 과정을 남성 참여자들이 직접 체험토록 했다.

과정을 마친 골드쿡들은 ‘음식이 이렇게 쉬운 줄 모르고 눈칫밥 먹고 살았네’라며 이구동성으로 소감을 말했다. 관습적으로 얽매여 능력과 자신을 잊고 살아온 점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남성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 중 자신의 식사를 스스로 해결하게 되면 그만큼 더 당당해지고 자신만만해질 수 있으리라 본다. 

기자명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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