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츠하이머병을 완전히 치료하는 약은 아직 없다. 하지만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 등 생활습관 개선이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이 가운데서도 '춤'이 뇌 건강에 특히 효과적인 운동이라는 연구들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 프리츠커 의대 임상조교수인 기타 메이커-클라크 박사는 "음악과 리듬, 신체 움직임을 동시에 처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신경 연결(시냅스)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음악 맞춰 몸 움직이면 새로운 신경 연결 생겨
뇌는 음악을 듣고 이를 신체 움직임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회로를 만든다. 이러한 '신경가소성'은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신경 연결을 형성하고 뇌 기능을 유지하는 능력으로, 노년기 인지 기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스페인 연구진은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노인 9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47명은 12주 동안 춤 기반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나머지는 별도의 춤 수업을 받지 않았다. 그 결과, 춤을 춘 참가자들은 집행기능, 언어 유창성, 전반적인 인지 기능 검사에서 의미 있는 향상을 보였다. 반면 춤을 추지 않은 대조군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2018년 독일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63~80세 노인을 대상으로 6개월간 자전거 타기 등 일반적인 유산소 운동 프로그램과 안무를 배우는 춤 프로그램을 비교한 결과, 두 그룹 모두 건강상 이점을 얻었다. 다만 춤을 춘 그룹에서만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해마'의 부피가 더 크게 증가했다. 해마는 알츠하이머병에서 가장 먼저 손상되는 부위 가운데 하나다.
2019년 브라질 연구진이 여러 연구를 종합 분석한 메타분석에서는 춤이 해마뿐 아니라 회백질과 백질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기억력, 주의력, 균형감각도 개선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기억·운동·사회 활동… 춤의 세 가지 효과
춤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춤은 단순히 몸만 움직이는 운동이 아니다. 안무를 익히고 다음 동작을 기억하는 과정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것처럼 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만든다. 좌우 팔다리를 동시에 움직이며 순서를 기억해야 하기 때문에 기억력과 집중력, 운동 조절 능력을 함께 자극한다.
춤은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기도 하다. 심장이 활발하게 뛰면서 뇌 혈류가 증가하고 혈압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우울증과 불안은 치매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규칙적인 운동은 이러한 위험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여럿이 함께 춤을 추는 과정에서 사회적 교류가 늘어나는 점도 장점이다. 사람들과 음악과 리듬을 함께 공유하고 호흡을 맞추는 경험은 사회적 고립을 줄이고 정서적 안정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춤을 잘 출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하루 5분 정도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춤을 배우고 싶다면 주민센터나 체육관, 복지관 등의 단체 수업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만성 통증이 있는 사람도 의자에 앉은 채 상체만 움직이는 '체어 댄스'처럼 자신의 신체 상태에 맞게 변형해 실천할 수 있다. 주변에 수업이 없다면 유튜브 등 온라인 영상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중요한 것은 춤 실력이 아니라 음악에 맞춰 즐겁게 몸을 움직이는 것"이라며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뇌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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