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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 내 미래의 病 가늠하는 '가족력 조사의 날'로

  • 김희범 기자
  • 입력 2026.09.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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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추수감사절 '가족력의 날'로 지정
  • 한국도 가족 모이는 추석 활용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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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추석, 오랜만에 부모·형제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한번 던져보자. “아버지는 고혈압이 언제 생겼어요?”

“할아버지는 몇 살에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어요?” “이모가 유방암에 걸린 게 마흔 전이었나요, 쉰이 넘어서였나요?”

평소라면 뜬금없는 질문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 몇 마디가 내 건강검진의 시작 시점을 10년 앞당기고, 훗날 생길 암이나 심근경색, 당뇨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 집안의 질병 가족력은 본인의 미래에 생길 질병을 알려주는 중대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공중보건당국은 아예 가족들이 모이는 추수감사절을 ‘전국 가족 건강력의 날’(Nation Family Health History Day)로 정했다. 평소 흩어져 살던 가족이 한자리에 모일 때 질병 가족력을 얘기해 보라는 의미다. 우리도 추석을 ‘한국판 가족력의 날’로 활용할만 하다.

 

가족력은 부모와 형제·자매, 조부모 등 혈연 가족에게 어떤 질병이 발생했는지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정보이다. 가족은 유전자를 공유하지만 생활습관도 공유한다. 부모가 짜게 먹으면 자녀도 짠맛에 익숙해지기 쉽고, 운동하지 않는 집안에서는 자녀 역시 운동습관을 갖기 어려울 수 있다. 흡연과 음주, 식습관, 비만, 생활환경도 가족끼리 닮는다. 따라서 가족력은 그 집안의 유전적 소인에 더해 생활습관과 거주 환경이 쌓인 결과물이다. 가족력은 앞으로 어느 질병을 조심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건강 지도인 셈이다.

가족력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몇 살에 그 병이 생겼어요?”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82세에 심근경색을 앓은 경우와 48세에 심근경색을 겪은 경우는 의학적 의미가 다르다. 가족 중 같은 질환을 앓은 사람이 많을수록, 혈연관계가 가까울수록, 그리고 통상적인 연령보다 젊어서 병이 발생했을수록 본인에게 해당 질병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추석 밥상에서는 “우리 집안에 암 환자가 있었나?”보다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한다<그래픽 참조>. “무슨 암이었어요?” “몇 살에 발견됐어요?” “할아버지는 몇 살에 돌아가셨어요?” “사망 원인이 뇌졸중이었어요, 심근경색이었어요?” 이렇게 물어야 비로소 쓸모 있는 가족력이 된다.

가족력은 가족 가운데 가장 연장자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이 좋다. 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병력을 기억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큰아버지가 몇 살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는지, 고모가 어떤 암 수술을 받았는지, 외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돌아가셨는지를 부모 세대가 알고 있을 수 있다.

가족력을 조사할 때 부모와 형제·자매, 자녀뿐 아니라 조부모와 이모·고모·삼촌 등까지 살펴보도록 권한다. 그리고 질환명뿐 아니라 진단 당시 나이, 사망 당시 나이와 사망 원인도 기록하는 것이 좋다.

가족력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당뇨병이라고 자녀가 반드시 당뇨병 환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남보다 당뇨병에 취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등을 조금 일찍 켜주는 것이다.

가족이 특정 질병을 젊어서 걸렸다면, 내 검진 시계를 앞당기는 것이 좋다. 아버지가 55세 대장암에 걸렸다면, 내 대장암 검진을 10년 앞당겨 45세부터 받는 것이 권장된다. 당뇨,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가족력은 ‘병을 찾는 검사’뿐 아니라 ‘병의 씨앗’을 찾아서 가족 전체가 생활습관과 운동 식이 환경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번 추석에 나눈 질병과 관련된 가족 이야기가 내 미래의 병을 막아주는 값진 추석 선물이 될 수 있다.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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