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창 대한비뇨기종양학회장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방광암 등 요로상피암의 국내 환자 증가 추이가 심상치 않다. 최근 10년간 신규 환자는 42% 증가해 비뇨기암 관리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2023년 기준 60대 이상 유병 환자 수는 약 4만2000명에 이른다. 고령화사회에서 방광암으로 인한 질병 부담이 앞으로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높아지는 발병률에도 불구하고 생존의 갈림길에 있는 전이성(말기) 환자들의 치료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요로상피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방광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6.5%(2019∼2023년 기준)에 달하지만, 수술이 불가능한 원격 전이 단계에 이르면 그 수치는 13.2%로 급락한다. 이는 전립샘암(51.2%)이나 신장암(22.0%) 등 다른 비뇨기계 암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 이토록 처참한 성적표 뒤에는 지난 40여 년간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 영역에 이렇다 할 혁신적 옵션이 부재했다는 안타까운 현실이 있다.
1980년대 도입된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은 수십 년간 1차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다. 이후 수많은 신약이 개발됐지만 유의미한 생존율 증가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고, 환자들은 제한된 치료 선택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고령 환자가 대다수인 질환 특성상 강한 독성을 동반하는 항암 치료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큰 임상적 부담이었다.
이런 가운데 요로상피암 치료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혁신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약 40년 만에 기존 백금 기반 치료 효과를 웃돌며 생존율의 유의미한 개선을 입증한 혁신적인 병용 요법이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혁신적인 치료법 등장이 곧 환자의 혜택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의학적 성취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구현되려면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필수다. 현재 해당 치료제의 1차 병용 요법은 급여 등재를 위한 최종 절차를 밟고 있다. 아무리 우수한 무기가 있어도 경제적 문턱 때문에 환자가 사용할 수 없다면 그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자녀의 부양을 받거나, 돌볼 가족이 있는 고령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법의 급여 등재는 한 가족의 삶의 질과 직결된 절실한 민생 현안일 것이다.
이제는 실질적인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혁신’을 완성해야 할 시점이다. 40년 만에 찾아온 소중한 혁신 치료법이 조속히 급여로 등재돼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의료진의 전문적인 노력이 환자의 실제 생존율 개선이라는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결단과 사회적 지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출처: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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