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철현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철현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호모 스마트포니쿠스(Homo Smartphonicus)’라는 신조어가 상징하듯, 현대인은 스마트폰과 함께 진화한 새로운 인간형으로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눈을 뜨자마자 손에 쥐고, 잠들기 직전까지 내려놓지 못하는 이 작은 기기는 이제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우리의 생활 그 자체가 됐고, 일상의 리듬을 좌우하는 존재다. 문제는 일상의 리듬이 ‘잠’과 만날 때다.
잠은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적정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불면증은 현대인의 대표적 건강 문제 중 하나다. 이는 단순히 잠을 못 자는 문제가 아니다. 임상적으로 불면증은 생체리듬의 불안정성과 깊이 연결돼 있다.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깨지 않으면 몸은 밤을 밤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각성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 스마트폰이 영향을 미칠 여지는 생각보다 크다.
최근 필자가 속한 연구팀은 불면 증상이 있는 성인 246명을 대상으로 4주간 스마트폰 사용 패턴과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를 분석하고, 임상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스마트폰 과사용 위험군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생체리듬 교란 점수(K-BRIAN)가 평균 약 6.9점 높았다. 불면증 중등도 이상일 가능성은 약 2.6배, 주관적인 수면의 질 저하 위험은 약 2.4배 높게 나타났다. 현실 환경에서 관찰된 연구라는 사실임을 고려하더라도, 스마트폰 과사용이 생체리듬과 수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 주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반드시 불면증이 생긴다’고 단순화할 수는 없다. 다만 스마트폰 과사용은 취침 전 각성 상태를 연장하고, 잠으로 전환되는 과정 자체를 지연시킨다. 결과적으로 생체 시계의 규칙성을 흔들 수 있다. 특히 밤늦은 시간의 검색, 메시지 확인, 영상 시청 등은 뇌에 ‘아직 낮이구나’라는 신호를 반복적으로 보내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무조건 멀리해야 할 ‘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문제는 스마트폰을 쓰는 시점과 방식이다. 취침 전 알림을 줄이고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면 일정한 기상 시간을 유지할 수 있어 생체리듬은 다시 안정될 수 있다. 수면 기록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일정 관리 기능을 활용해 스마트폰을 오히려 생체리듬 회복을 돕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호모 스마트포니쿠스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단순한 ‘금지’가 아니라 ‘조절’이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라는 말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 다시 설계하는 것, 그것이 불면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출발점이다. 출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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