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년의 복지 내공으로 빚어낸 동남부 농촌 맞춤형 일자리
- 16개 사업단·488명 참여… 19년 최장기 참여자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까지
- 마을 안길을 가꾸는 공익활동부터 월 최대 약 76만 원의 역량활용형, 어르신들이 직접 운영하는 실버카페까지… 사람과 마을을 잇는 ‘상생 일자리’

[기획 취재를 이어가며]
천안시 동남부 6개 면을 아우르는 농촌 지역은 도심에 비해 대중교통이 제한적이고, 은퇴 이후 경제활동에 참여할 기회도 상대적으로 적다.
평생 흙을 일구며 살아온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는 단순한 소득원이 아니다. 이웃을 만나고, 마을을 돌보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다시 확인하는 ‘사회적 연결의 끈’이자 든든한 삶의 울타리다.
〈천안시니어타임즈〉의 노인 일자리 릴레이 탐방 두 번째 현장은 천안 동남부 지역 어르신들의 든든한 쉼터이자 활력소인 아우내은빛복지관이다.
2004년 노인일자리 창출사업 초기부터 현장을 지켜온 아우내은빛복지관은 올해로 22년째 노인일자리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농촌 지역의 생활환경과 어르신들의 연령·건강·이동 여건을 세심하게 반영한 맞춤형 일자리를 통해 도시와는 다른 농촌형 노인일자리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 22의 뚝심으로 쌓은 복지 내공… 농촌 어르신의 삶을 보듬다
아우내은빛복지관은 천안시 동남부 지역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위해 평생교육과 맞춤돌봄, 사회참여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전문 노인복지기관이다.
현재 상근직 26명을 비롯해 생활지원사 등을 포함한 총 96명의 복지 인력이 지역 어르신들을 지원하고 있다.
노인일자리 사업에는 3명의 전담 인력이 배치돼 사업계획 수립부터 참여자 상담, 직무 및 안전교육, 수요처 발굴, 현장관리와 사후 모니터링까지 참여자들을 밀착 지원한다.
복지관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지역사회와 함께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는 아우내’다.
특히 농촌 지역의 특성상 대중교통 이용이 어렵고 이동에 불편을 겪는 어르신들이 많은 만큼, 가급적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배치하고 있다.
동시에 단순한 환경정비에 머무르지 않고, 오랜 사회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신노년층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직무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을 넘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주는 것’이 아우내은빛복지관 노인일자리 사업의 특징이다.

■ 16개 사업단·488명 활동… “마을 정화부터 전문 상담·카페 운영까지”
2026년 아우내은빛복지관이 운영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에는 전년 468명보다 20명 늘어난 총 488명이 참여하고 있다.
사업은 ▲공익활동형 11개 사업단 ▲노인역량활용형 4개 사업단 ▲공동체사업단 1개 등 모두 16개 사업단으로 구성돼 있다.
◆ 공익활동형 — 내 마을을 직접 가꾸는 일자리
공익활동형은 월 30시간 활동하며 월 29만 원의 활동비가 지급된다.
가장 많은 어르신들이 참여하는 대표 사업은 ‘지역사회환경개선봉사사업’이다.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은 농촌 환경을 고려해 자신의 거주지와 가까운 마을 안길과 공공구역을 중심으로 환경정화 활동을 펼친다.
이 일자리의 장점은 이동 부담이 적다는 데만 있지 않다.
매일 걷던 마을길을 직접 깨끗하게 가꾸면서 자연스럽게 이웃을 만나고, 혼자 지내는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마을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이 곧 이웃을 살피는 일이 되는 셈이다.
◆ 노인역량활용형 — 경험과 전문성을 사회에 돌려주는 일자리
노인역량활용형은 월 60시간을 기준으로 운영되며 사업에 따라 주휴·연차 등을 포함해 월 최대 약 76만 원의 활동비를 받을 수 있다.
풍부한 사회경험과 전문성을 공공서비스에 접목하는 형태로, 신노년층의 참여가 특히 활발하다.
대표적인 사업이 ‘국민편의지원사업’이다.
국민연금공단 등 공공기관에서 민원인을 응대하고 행정업무를 지원하는 직무로, 역량활용형 사업 가운데서도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보건관리지원사업’이 새로운 특화 직무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 양성교육을 수료한 어르신들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로 위촉돼 복지관 상담실뿐 아니라 천안의료원과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경로당과 가정 등을 직접 찾아가 상담을 진행한다.
오랜 세월 쌓아온 삶의 경험과 교육을 통해 얻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삶과 존엄을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공동체사업단 — 경험을 일자리로, 일자리를 공동체로
공동체사업단은 어르신들이 직접 사업장을 운영하는 시장형 일자리다.
아우내은빛복지관에서는 실버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바리스타 자격증이나 카페 운영 경험을 가진 어르신들이 커피와 음료를 직접 만들며 매장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월 30~33시간 활동하며 약 30만~35만 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단순히 음료를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어르신들이 서로 소통하고 지역주민과 만나는 작은 공동체의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 19년째 이어지는 참여… “일자리는 서로를 지키는 따뜻한 안전망”
아우내은빛복지관 노인일자리 참여자의 평균 연령은 공익활동형 75.4세, 역량활용형 71.7세, 공동체사업단 73.8세다.
최고령 참여자는 공익활동형 91세 여성 어르신이며, 역량활용형 85세, 공동체사업단 80세 등 80~90대 어르신들도 자신의 건강 상태와 역량에 맞는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다.
반면 역량활용형에는 62세 어르신도 참여해 세대별 특성과 역량에 맞는 다양한 일자리가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별로는 여성 참여자가 약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남성 참여자는 약 30% 수준이다. 농촌 지역 특성상 남성 어르신 가운데 상당수가 여전히 농사일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반영된 결과다.
특히 참여자의 상당수가 독거 어르신이라는 점에서 노인일자리의 사회적 의미는 더욱 크다.
공익활동형의 독거가구 비율은 40.5%, 역량활용형은 33.6%, 공동체사업단은 12.5%로 나타났다.
일자리를 통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사람을 만나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고립을 예방하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 완주율도 높다. 역량활용형 93%, 공익활동형 87.8%, 공동체사업단 87.5%에 이르며, 재참여 희망률 역시 80%를 웃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2007년부터 2026년까지 무려 19년째 노인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는 어르신이다.
19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한 참여 기록을 넘어 복지관과 어르신 사이에 쌓인 신뢰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 “일자리가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도 합니다”
노인일자리 현장에서는 일자리가 단순한 경제활동을 넘어 돌봄과 안전망의 역할까지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아우내은빛복지관 관계자는 학교 운동장 환경정비를 담당하는 ‘스쿨존에코지원단’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했다.
“활동을 앞두고 한 동료 어르신과 연락이 닿지 않자 팀장 어르신이 이상함을 느끼고 바로 자택을 찾아갔습니다. 이후 경찰과 복지센터에 연락해 상황을 확인했고, 고독사 위기 상황을 신속하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말했다.
“노인일자리는 단순한 노동이 아닙니다. 매일 서로의 생사와 안부를 확인하는 살아 있는 돌봄 공동체입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이어가던 한 어르신은 노인일자리를 통해 안정적인 활동비와 규칙적인 생활을 되찾았다.
배우자와 사별한 뒤 극심한 우울감을 겪던 한 어르신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직무로 변경한 뒤 다시 사람들과 어울리며 웃음을 되찾았다.
이들의 이야기는 노인일자리가 단순히 ‘얼마를 버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 나에게 맞는 아우내은빛 일자리는?
집 가까운 곳에서 부담 없이 활동하고 싶다면 → 지역사회환경개선봉사사업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부담을 줄이고 집 가까운 마을에서 환경정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월 10~12일, 총 30시간 활동한다.
경력을 살려 공공기관에서 활동하고 싶다면 → 국민편의지원사업
민원 응대와 행정업무 지원 등 기존의 사회경험과 직업적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 월 60시간 활동하며 주휴·연차 등을 포함해 월 최대 약 76만 원의 소득 보전이 가능하다.
전문교육을 받고 의미 있는 상담활동을 하고 싶다면 → 보건관리지원사업
전문 양성교육을 거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로 활동하며 병원과 복지관, 경로당, 가정 등을 찾아가 삶의 마지막 존엄에 대해 안내한다.
바리스타나 카페 운영 경험을 살리고 싶다면 → 공동체사업단 ‘실버카페’
커피와 음료를 직접 제조하고 매장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경험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 참여를 원한다면 이렇게 신청하세요
아우내은빛복지관 노인일자리 사업은 매년 11월 말부터 12월까지 집중 모집하며, 중도 포기자 발생 시 수시로 결원을 충원한다.
신청 자격
- 공익활동형: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
- 노인역량활용형: 만 65세 이상을 기본으로 하며, 일부 사업은 만 60세 이상 참여 가능
- 공동체사업단: 관련 경력이나 자격증 보유자 우선 선발
신청에 필요한 서류는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통장 사본, 증명사진 등이며,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을 위해 복지관에서 대면 신청을 지원한다.
자세한 모집 일정과 사업별 참여 조건은 아우내은빛복지관 노인일자리 담당 부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취재 수첩] 농촌의 골목길에서 피어난 19년의 신뢰
동남부 농촌 마을에서 만난 아우내은빛복지관의 노인일자리는 도시의 일자리와는 또 다른 깊은 온기를 품고 있었다.
대중교통이 닿기 어려운 마을 곳곳을 어르신들이 직접 걸으며 골목길을 청소하고, 그 과정에서 홀로 지내는 이웃의 안부를 확인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지역 돌봄망이었다.
2007년부터 19년째 일자리에 참여하며 복지관과 인생 후반전을 함께 걷고 있는 어르신의 이야기.
그리고 병원과 경로당, 가정을 직접 찾아가 삶의 마지막 존엄을 안내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 어르신들의 당당한 모습.
그 현장에서 노인일자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엿볼 수 있었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세상을 바꾸고 있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 온기를 나누고 마음을 살피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특히 오랜 세월 삶의 경험과 지혜를 축적한 어르신들에게는 그 자체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다.
아우내은빛복지관이 22년 동안 묵묵히 빚어온 ‘상생 일자리’가 농촌 지역 어르신들에게는 새로운 삶의 활력이 되고, 천안의 노인일자리 정책에는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일자리는 소득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게 하고, 마을을 지키게 하며, 서로의 삶을 돌보게 한다.
〈천안시니어타임즈〉는 앞으로도 천안 곳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일자리 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땀과 웃음, 그리고 삶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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